9 / 22 (수) 첫 성묫길에
저녁스케치
2021.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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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산을 내려오는데
어머니 자꾸만 날 불러 세운다.
돌아보면,
봉분 위로 나직나직 햇살 쓸리는 소리.
어머니 살아서도 빈방 지키시더니
어느새
바람으로 다가오신 어머니
희끗해지는 머리칼 쓸어 주며 등 떠미신다.
그만, 어여 내려가라고.
고증식 시인의 <첫 성묫길에>
‘나는 괜찮다. 이제 됐으니 그만 가거라.’
말은 그리하면서도 쉽게 손을 놓지 않으셨지요.
섭섭할 법도 한데, 피곤하면 안 된다며
등 떠밀어 보내놓고는 앓아눕던 부모님.
그 때 한 번 더 꼭 안아드렸으면 좋았을 걸.
다 알면서도 애써 외면했던 못난 자식,
떠나고 없는 부모님의 자리를 보며
이제야 속마음을 말해봅니다.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