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13 (월) 혼자 건너는 강
저녁스케치
2021.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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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울어버린다고 하자
노여워하는 바람 한 줌
빗물 데리고 와
강을 만들어 주며 쏟으라 한다.

내가 강물에 젖어 흘러간다고 하자
굵은 나이테 숨기고 찾아온 소나무 그늘
낙엽 한 잎 데리고 와
긴 항해를 동행 하자고 한다.

내가 하늘에 오른다고 하자
별 하나 다가와 수줍은 손잡아주고
은하수 잔잔해 지면 건너가라고 한다.

오직 평범하게 사는 법이 무엇이냐고 묻자
바람 한 줌 뱉어내는 소리,
세상 온전하게 만들어지면
눈물 가득 뿌려 혼자의 강을 건너가라고 한다.

박종영 시인의 <혼자 건너는 강>


온전히 혼자서 걸어가야 하는 인생길임을 알지만
반쪽짜리인 우린 늘 누군가에게 기대려 합니다.

바람에게, 흘러가는 강물에게
길벗 삼아 함께 걷자 말을 걸어보지만
묵묵히 제 갈 길을 갈 뿐.

그래 저들처럼 살아야지. 그래야지.
바람처럼 강물처럼 홀로 길을 나서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