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11 (토) 본전은 했다
저녁스케치
2021.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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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발걸음 먹여 키운 부추
두어 다발 자그마한 대야에 담아
눈길 드문 장바닥에 앉아
부추 사요. 부추 사세요
절반은 마수걸이로 이천 원 받고
흥얼거리는 노랫가락
어쩌다 지나치는 이
관심도 없는 듯
눈치 없는 뱃속은 꼬르륵
콩국수 한 그릇으로 어르고 달래고
떨이로 털어내는 남은 부추
천 원짜리 한 장 건너온다
삼천 원 부추에 사천 원 콩국수
그래도 좋다, 본전은 했다
숨통 트고 사람 구경했으니
털고 일어서니 시원한 바람 한 점 거닌다.
강보철 시인의 <본전은 했다>
아등바등 종일 종종거렸는데,
수고했단 말 한 마디는커녕
돌덩이를 얹은 듯
무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노을 위에 걸린 초승달을 보고 있자니
신기하게도 마음의 응어리가 뭉근히 풀립니다.
그래,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고
이만하면 본전이지.
부추장수와 우리의 본전 하루가
이렇게 또 저물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