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23 (토) 인생의 가을 편지
저녁스케치
2021.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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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게 친구
어느덧 우리 인생도
가을이 되었네 그려

이제 꽃피는 봄
꽃다운 젊은 날들 멀리가고
가을이 왔네 그려

친구여 돌아보면
길고도 험난했던 세월
자네는 어떻게 걸어왔는가

지금은 무심한 세월의 파도에 밀려
육신은 여기 저기 고장도 나고

주변의 벗들도 하나 둘씩
낙엽 되어 떨어지는
쓸쓸한 가을이 되었지만

그래도 우리 힘든 세월 잘 견디며
무거운 발길 이끌고 여기까지 왔으니

친구야 이제는
얽매인 삶 다 풀어 놓고
잃어버린 내 인생 다시 찾아
남은 세월 후회 없이 살아가세

인생 나이 예순이 넘으면
남녀의 벽이 무너지고
가는 시간 가는 순서 다 없어진다 하니

네가 있어 참 행복하다 라고
말 할 수 있는 참으로 좋은 벗을 만나
하고 싶은 즐거운 생활 마음껏 하다 가서

친구야 한 많은 이 세상 어느 날
갑자기 소리 없이 떠날 적에

돈도 명예도 사랑도 미움도
가져 갈 것 하나 없는 빈손이 되니

남은 돈 있거든 친구야
자신위해 다 쓰고 가시게

행여라도 사랑 때문에
가슴에 묻어둔 아픈 이 있거든
미련 없이 훌 훌 떨쳐 버리시고

인생의 가을을 친구야
따뜻한 가슴과 정열을 갖춘 친구야

늘 건강 하시고 때론
멋진 사랑도 하며
즐겁게 살아가시다

우리 아름답게 떠나 가세나

홍윤기 시인의 <인생의 가을 편지>


봄꽃처럼 찬란했지만
냉정과 열정을 오가며 불안정했던 지난날들.

이제 좀 안정을 찾고 행복하게 살아가볼까 했는데
몸은 여기저기 고장 나고 사람들도 하나 둘 떠나갑니다.

풍요로워 더 씁쓸한 인생의 가을이지만
주어진 모든 것을 누릴 줄 아는 그대였으면 합니다.

지금의 이 모든 풍요로움은 그대가 일궈낸 기적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