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18 (월) 시월이어서 좋다
저녁스케치
202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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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누구는 시월이 쓸쓸하다는데
난 시월이라서 참 좋다
들녘 산
넉넉하고 풍성하게 가득 차지 않은가
초록빛 이파리
붉거나 노란색으로 물들어
저녁놀처럼 불거지면
거룩하고 성스러워 환희롭다
밤이슬에 눅눅히 젖으면 어떤가
바람결에 떨어지면 어떤가
일 년 절반을
사랑의 불길로 타오르지 않았던가
시월이어서 좋다
가을이라서 좋다
간절히 바랐던 그 무엇
중단할 수 있으니 가볍지 않은가
실수가 있었다면
눈감아 줄 수 있으니 좋지 않은가
내려놓고 비우고
빈 그릇 채우듯 기다리면 되지 않던가.

최명운 시인의 <시월이어서 좋다>


풍요로움과 비움이 공존하는 시월.

수확이 끝난 빈 들판을 보며
그간의 고됨을 잠시 내려놓고 쉬어갑니다.

그리고는 단풍이 드는 속도에 맞춰
아주 천천히 마음을 단장합니다.

더 차가워진 어느 날,
단풍 물든 나의 고운 맘이
누군가에게 따스함으로 깃들기를 바라면서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