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8 (금) 울 아부지
저녁스케치
202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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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의 울 아부지 올해도 어김없이
손수 지으신 농산물 보내셨네
이 폭염 이 염천에 구부러진 허리로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젊은 날엔 탄광에서
석탄 가루 반찬 삼아 드시고
환갑이 지난 자식, 지금도 품고 계시네
새벽부터 풀 뽑고 거름 주고
거칠고 주름진 손으로 땄을
옥수수, 감자, 콩 검은 봉지 보따리 보따리
10남매 고루 나눠 주시네
어쩌까 어쩌실까, 참말로
자식 말 안 들으신 울 아부지
걷기도 힘드신데 짓지 말라는 농사
기어코 또 지으셨네
해마다 올해만 올해만 하시더니
아흔 하고도 두 해
이러다가 돌아가실 때까지
손 못 놓으시겠네 우리 아부지
안규례 시인의 <울 아부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해놓고선 돌아서서
다시 한 꾸러미 싸서 보내는
못 말리는 어머니, 아버지.
또 보내면 반송할거라며 으름장을 놓지만,
꾸러미 속 가득한 땀과 정성에 매번 지는 우리는
걱정스런 맘을 감추고 그 사랑을 고맙게 받습니다.
분명 더는 보낼 것 없다 하셨는데,
아마 지금도 어머니, 아버지는
이번에는 손주들 몫이라며
사랑 꾸러미를 채우고 계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