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7 (목) 들국화
저녁스케치
202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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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기만 조금 있으면 된답니다.
아니, 물기가 없어도 조금은 견딜 수 있지요.
때때로 내 몸에 이슬이 맺히고
아침 안개라도 내 몸을 지나가면 됩니다.
기다리면 하늘에서
아, 하늘에서 비가 오기도 한답니다.
강가에서 바람이 불고
해가 가고 달이 가고 별이 지며
나는 자란답니다.
그렇게 세월이 가고 찬바람이 불면
당신이 먼데서 날 보러 오고 있다는
그 기다림으로
나는 높은 언덕에 서서 하얗게 피어납니다.
당신은 내게
나는 당신에게
단 한 번 피는 꽃입니다.
김용택 시인의 <들국화>
쑥을 캐 가족을 부양하다 사랑마저 떠나보낸
가여운 아가씨가 들국화로 피어나 쑥부쟁이가 되었다지요.
그래서 쑥부쟁이는 그리움과 기다림의 꽃이라고 해요.
그러니 들에 핀 쑥부쟁이를 만나거든
다정하게 눈 맞추며 인사를 건네주세요.
이렇게 너를 예뻐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떠난 이는 그만 기다려도 된다고.
이젠 누구보다 너 자신을 더 사랑해주라고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