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5 (화) 등꽃이 필 때
저녁스케치
202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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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안 노파 둘이
서로의 머리에 염색을 해준다
솔이 닳은 칫솔로 약을 묻힐 때
백발이 윤기로 물들어간다
모락모락 머릿속에서 훈김 오르고 굽은 등허리가
뽀얀 유리알처럼 맺힌 물방울 툭툭 떨군다
허옇게 세어가는 등꽃의 성긴 줄기 끝,
지상의 모든 꽃잎 귀밑머리처럼 붉어진다
염색을 끝내고 졸음에 겨운 노파는
환한 등꽃 내걸고 어디까지 가나
헤싱헤싱한 꽃잎 머리 올처럼 넘실대면
새물내가 몸에 배어 코끝 아릿한 곳
어느새 자욱한 생을 건넜던가
아랫도리까지 겯고 내려가는 등걸 밑
등꽃이 후드득, 핀다
김윤이 시인의 <등꽃이 필 때>
볕 좋은 벤치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어머님들.
드문드문 오가는 대화에도
서로의 온기가 온화한 미소로 피어나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기울어진 해를 보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머님의 굽은 등허리 아래 빛나는 미소가
등꽃 되어 다시 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