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15 (월) 나무는
저녁스케치
202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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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서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바람이 불지 않아도
그 가지와 뿌리는 은밀히 만나고
눈을 감지 않아도
그 머리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

나무는
서로의 앞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누가 와서 흔들지 않아도
그 그리움은 저의 잎을 흔들고
몸이 아프지 않아도
그 생각은 서로에게 향해 있다

나무는
저 혼자 서 있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세상의 모든 새들이 날아와 나무에 앉을 때
그 빛과 그 어둠으로
저 혼자 깊어지기 위해 나무는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류시화 시인의 <나무는>


단풍이 지고 나서야 보이는 나무사이의 거리.

서로의 가지를 헤치지 않고
고루 빛을 받을 수 있는 거리를 찾기까지
얼마나 상처받고 외로웠을까.
저 이치를 깨닫기까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까요.

그런 나무들처럼 서로에게 해가 되지 않는 거리에서,
적당히 기대어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