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10 (수) 눈물의 미학
저녁스케치
202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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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언어를 걸고
자존감 높이 곧추세운다
영글게 유영하던 그 하늘이
가슴팍을 툭 치며
관통한다

계절의 밤을 지나는
뾰족한 초침들로
다소 수척해진 저녁

무수한 사람들의 움직임 속으로
뚜벅 길을 열어
촉촉이 스며들더니
내려앉은 공기를 가로질러
너무도 편히 뜨거운 입맞춤에
마음길이 뚫린다

무성한 그리움 쌓여
허술하고 둔탁한 삶에
바늘구멍이라도 침범하여
쏟아져 내릴까
더 큰 웃음 지어 보는데

맹렬히 앞만 보며
가쁜 숨을 자랑하던
그 하늘도
때로는 눈물로 내려앉는다

퇴적된 삶의 잎사귀
마른 잎으로 부서지지 않게
세포 하나하나
눈물로 적시는 계절이다

최우서 시인의 <눈물의 미학>


메마른 낙엽이 산산이 부서져
흔적도 없이 사라질까봐
하늘이 비를 내려주듯,
먼지 같은 마음이
가을바람에 날라 갈까봐
눈물이 나는 걸까요.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르고,
참으려할수록 더 눈물이 쏟아지는 계절.
가을은 어쩔 수 없는 눈물의 계절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