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7 (화) 팔베개
저녁스케치
2021.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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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엄마 품에 파고들 듯이
아내가 옆으로 들어와 팔베개를 합니다
그냥 가만히 안고 있으면
따뜻한 슬픔의 어깨가 들썩이다 고요해집니다
깊은 한숨 소리 길게 뱉어내고
아내는 금방 곯아떨어지고 맙니다
마른 빨래처럼 구겨진 채 잠이 듭니다
꽃구름 곱게 피어날 일도 없고
무지개 뜰 일도 없습니다
나도 금세 잠 속으로 잠수하고 맙니다
생의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헤아려 보다
가벼워도 무거운 아내의 무게에
슬그머니 저린 팔을 빼내 베개를 고쳐 벱니다

홍해리 시인의 <팔베개>


밉다밉다 하다가도 지쳐 잠든 배우자의 모습을 보면
콧등이 시큰해져 올 때가 있습니다.

밤새 팔베개를 해줘도 깃털처럼 가볍게만 느껴질 만큼
둘 사이에 사랑만 있었던 시절도 있었는데.

잠든 얼굴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세월의 흔적보다
세월의 무게에 마음이 아파와 외면하게 되죠.

그런데 그럴수록 더 꼭 안아주세요.
고이 간직하고 있던 진심이 전해질 수 있도록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