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2 (목) 이런 날 만나게 해 주십시오
저녁스케치
202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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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 우연이 필요 합니다
그 애가 많이 힘들어 하는 날
만나게 하시어
그 고통 덜어줄 수 있게
이미 내게는 그런 힘이 없을지라도
날 보고 당황하는 순간만이라도
그 고통 내 것이 되게 해 주십시오

이런 날 우연이 필요 합니다
내게 기쁨이 넘치는 날
만나게 하시어
그 기쁨 다 줄 수 없을지라도
밝게 웃는 표정 보여줘
잠시라도 내 기쁨
그 애의 것이 되게 해 주십시오

그러고도 혹시 우연이 남는다면
무척이나 그리운 날
둘 중 하나는 걷고 하나는 차게 타게 하시어
스쳐지나가듯
잠시라도 마주치게 해주십시오

원태연 시인의 <이런 날 만나게 해 주십시오>


우연이라도 좋으니 먼발치에서 볼 수 있길
옷깃만 스쳐도 좋으니 잠시라도 마주쳐 지나가길
바라고 또 바랐던 사람이 있었지요.

혹여 아직 우연이 남아있다면,
단 한번만 더 마주칠 수 있기를...

당신으로 인해 행복했었다는
마지막 눈인사라도 건넬 수 있도록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