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1 (수) 구부러진 길
저녁스케치
202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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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어서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을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이준관 시인의 <구부러진 길>


올해도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12월까지 왔어요.
비록 삶이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하고,
구부러진 삶을 사느라 얼굴의 주름이 깊어졌어도,
길이 굽이칠 때마다 얻은 지혜와 너그러움이
삶의 보석이 되어 우릴 더 빛나게 만들어 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