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29 (월) 11월이 보낸 편지
저녁스케치
202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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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 마지막 장을 남겨두고
은행나무는 빈 가지에 바람을 담고 있다

밤새 뒤척이며 썼다가
아침이면 구겨졌던 소심한 편지가 배달된다

수십 년 전 가슴에 그려진
선명한 붉은 흔적은
열 번도 지웠다 펼쳤다 해도 그대로

매일매일 쓸려간 시간들
거슬려 갈 수 없는 만큼 주름진 나이에
어느 날 문득 찾아낸
책갈피 속 단풍잎 같은 사랑

한 해의 끝자락
혜화동 거리가 바람 속에 옷을 벗고 있다

목필균 시인의 <11월이 보낸 편지>


가로수가 옷을 갈아입을 준비를 하는 이맘때면
12월 말보다 더 적막감이 밀려오곤 하죠.
낙엽과 함께 올 한해 힘들었던 일들
마음에 남은 묵은 감정들 모두 다 떨쳐내고,
고운 단풍잎을 책갈피에 꽂아 간직하듯
행복했던 기억만 남겨두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