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14 (화) 힘
저녁스케치
2021.12.14
조회 552

지하철역 앞
취한 중년의 남자
행인에게 욕하며 삿대질이다
아무에게나 달려들어 멱살 잡고 흔든다
출동한 경찰에게
계급장 떼고 붙자고
다 떼고 붙어 보자고
잠바를 벗어 던진다
수갑 채우려는 손을 뿌리친다
뒤에서 가만 지켜보던
아들 같은 젊은 청년이 다가가
중년의 손을 꼭 쥐고
가슴을 끌어안고 등을 두드려 준다
가슴과 가슴이 한동안 붙어 있다
다소곳해진 남자
젊은 청년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운다
두 손 마주 잡고 주저앉아 엉엉 운다
경찰은 돌아가고
지나던 사람들 둘러서서
모두 눈시울 붉다

김주태 시인의 <힘>


힘 빠진 가장의 어깨를 보면
맘이 저릿해져 오죠.
세상 무서울 것 없고
천하를 호령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시절엔
반듯하게 힘이 들어가 있었는데.
모진 세상살이 그 설움에 짓눌려
잔뜩 움츠러든 어깨가 안타까워도
혹여 자존심에 상처가 날까봐 그냥 모른 척,
여전히 멋지다며 가만히 어깨를 다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