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20 (목) 비운 항아리처럼
저녁스케치
2022.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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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퍼낸 물만큼 물은 다시 고이고
달려온 그만큼 앞길이 트여
멀고 먼 지축의 끝간데서
깨어나듯 천천히 동이 튼다면

날마다 다시 사는 연습입니다
연습 하여도 연습 하여도
새로 밀리는 어둠이 있어
나는 여전히 낯선 가두에
길을 묻는 미아처럼 서 있곤 했습니다

눈을 감고 살기를 복습하여서
꿈을 위해 비워 둔 항아리처럼
꿈도 비워 깊어진 항아리처럼
기적보다 눈부시게 돌아오기를
옷깃 여며여며 기다리겠습니다

이향아 시인의 <비운 항아리처럼>


이것만은 됐으면 좋겠다 싶은데
정작 그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너무 그 일에만 몰두해서 그럴 수도 있어요.
오히려 내려놓았을 때
보이지 않던 다른 길이 보이기도 하죠.
간절할수록 힘을 더 빼고 가만히 기다려보세요.
기적은 늘 생각지 못한 순간에 우리에게 오곤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