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14 (금) 가벼움에 대하여
저녁스케치
2022.01.14
조회 563
겨우내 잊고 있던
김장철에 사들인 양파 한 자루
어둑한 창고의 선반에 올려 두고
오늘에서야 문득 들여다본다
양파는 온데간데없다
가뿐해진 자루를 안아다 햇살에 부리고 보니
그물망 속이 온통 환한 연둣빛이다
그동안 길게 자라난 여린 팔들이 휘휘 뒤엉켜 있다
무거움이 사라진 것이다
무거움은 어느 날
슬며시 제자리에서 일어나 뒷짐 지고 서성이는 척
아직은 춥고 어두운 모퉁이를 돌아
천천히 걸어갔을 것이다
눈을 감고 조는 척 스르르
가벼움 속으로 스며들었는지도 모른다
내다 버리려고 양파를 들어 올릴 때
나도 모르게 팔에 힘을 주었었나보다
우습다
지금
나는 누구의 무게를 딛고 이렇게 가벼워져 있는가
장흥진 시인의 <가벼움에 대하여>
무거움을 비운다고 마음이 가벼워지는 건 아닐 테지요.
생각이 더 깊은 뿌리를 내려 새싹을 틔우기도 하고
더 큰 생각의 무게에 흩날리듯 사라지기도 하고
별도리가 없을 땐 시간이 해결해주기도 합니다.
다 좋아요.
하지만 가벼워진 내 맘이 누군가에게
또 다른 무거움으로 내려앉지 않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