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12 (수) 대화
저녁스케치
2022.01.12
조회 512

-뭐야, 고구마 줄거리가 왜 이리 짜!
-어, 그게 짜졌네
-무어라, 짜졌다고? 아하, 그놈이 그냥 혼자서 짜졌어?
맹랑한 놈이군. 내가 고구마 밭에 나가서 한 소리 해야겠네.
거 애들을 어떻게 교육시켰길래 제 맘대로 막 짜지냐구?
-그렇게 하시든지. 그래도 아마 말은 안 들을 거야.
걔들도 한여름 지나며 다 컸거든.

예순이 넘으면 남편과 아내들은 대개 이렇게 변해 있다.

이인구 시인의 <대화>


달콤하고 예쁜 말만 주고받던
새내기 부부 딱지를 떼고,
날선 대화로 상처를 줬던
설익은 시기를 지나 중년이 되면
부부의 대화는 오랜 지기처럼 편해지죠.
때론 만담 같고, 때론 아이들의 대화 같기도 한
싱건지를 닮아가는 노부부의 대화지만,
잘그랑거리는 그 정겨움 속에
노부부의 사랑도 깊어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