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11 (화) 마지기
저녁스케치
2022.01.11
조회 456

‘평’ 말고 ‘제곱미터를 써야 한다지요
벌써 한참 전부터 그랬어야 한다지요

그런데 어쩌나요
난 도무지 ‘제곱미터’론 가늠이 안 되는 걸요

그도 그럴 밖에.
한 번도 ‘제곱미터’엔 몸 달아본 적이 없으니까요

넓이는 눈금이 아닌 몸이 아는 거예요

스물네 평은 좀 옹색하고, 서른세 평은 숨 좀 쉴만하고
마흔한 평은, 왠지 휑한데도 생각하면 신이 나지요
어떤 시인이 쪼개어주겠다던
십만 평 동해바다는 또 어떻구요

그래요, 넓이는 몸이 알아요

내 아버지의 등짝에 젖은 노을 한마지기처럼
넓이는 몸에 깃든 기억이어서

넓이엔 몸이 먼저 울고 웃어요

오성일 시인의 <마지기>


어머니의 끝없는 사랑의 깊이도
아버지의 무한한 마음의 넓이도
사랑의 기쁨과 슬픔의 무게도
머리가 아닌 마음에 새겨지는 기억들이죠.
어떤 단위로도 잴 수 없어 가늠하긴 힘들지만
그 기억으로 우린 또 다시 하루를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