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6 (목) 아버지의 잠바
저녁스케치
202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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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의 삶을 정리하는 망백의 아버지
겨울 잠바를 내게 주었다
멋을 내며 입고 다녔을 검정색 잠바
추운 어깨에 함박눈이 쌓이고
국밥집 난로 옆에서 불을 쬐기도 했을,
단추가 잘못 꿰어진 잠바를 입고
삐뚜름한 궤적을 그리며 살아온 일생
편안하게 우주의 중심에 잠 이루지 못하고
길 잃은 철새처럼
객지를 떠돌며 뒤척였을 한데 잠
따뜻하게 겨울을 나라고
반듯하게 단추를 꿰고 세상을 살라고
당신이 입던 잠바를 회한처럼 건넨 아버지
자꾸 마음이 시려오는 초겨울
유행 지난 아버지의 겨울 잠바를 입고
지난했던 한 생애의 궤적을 잠시 따라가 본다

최일화 시인의 <아버지의 잠바>


어린 시절, 유행 따라
새 점퍼를 사겠다고 조르면서도
당신의 홑겹 점퍼는 보지 못했지요.

시간이 흘러 유행지난 자식들의 옷을 입고서야
그 때 당신의 얇디얇은 솜 점퍼가 떠올랐습니다.

아버지. 당신의 뒷모습을 보며
배운 대로 잘 살아가고 있으니,

이젠 낡은 점퍼 속 무거운 짐
다 내려놓고 행복하게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