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5 (수) 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
저녁스케치
202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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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을 때려 울리는 종은
스스로 소리를 듣고자 귀를 만들지 않는다

평생 나무와 함께 살아온 목수는
자기가 살기 위해 집을 짓지 않는다

잠든 아이의 머리맡에서 기도하는 어머니는
자기 자신을 위한 기도를 드리지 않는다

우리들, 한 번은 다 바치고 돌아와
새근새근 숨 쉬는 상처를 품고

지금 시린 눈빛으로 앞을 뚫어 보지만
우리는 과거를 내세워 오늘을 살지 않는다

우리는 긴 호흡으로 흙과 뿌리를 보살피지만
스스로 꽃이 되고 과실이 되고자 하지 않는다

내일이면 모두가 웃으며 오실 길을
지금 우리 젖은 얼굴로 걸어갈 뿐이다

오늘
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
참 좋은 날이다

박노해 시인의 <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


어제와 오늘이 뒤섞인 새벽,
모두가 잠든 밤을 지키며
어제를 보낸 사람도
피곤함이 가시지 않은 채
오늘을 여는 사람도
새로 시작된 하루를 묵묵히 살아낼 뿐
어제를 말하지 않죠.
설움과 고단함에 지치고
비록 나만을 위한 일은 아닐지라도
그렇게 우린 오늘을 살아갑니다.
참 좋은 오늘을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