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8 (화) 눈물로 차린 밥상
저녁스케치
202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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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시골에 왔습니다
신발 한 켤레가 놓여 있습니다
몇 해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자식들 짐이 되기 싫다며
혼자 살고 계시는 아버지
아버지를 불렀지만, 기척이 없습니다
내려간다고 연락만 하면
대문 밖으로 나와 기다리시던 아버지
아버지 만날 생각에 마음 설렜는데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서둘러 방에 들어갔지만
아버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디 가셨을까?’
“일찍 내려왔구나!”
아버지 목소리가 들립니다
나란히 놓인 신발을 보고 알았다며
장화 신고 밭에서 온 아버지
돌아갈 때 주겠다며
한가득 채소를 안고 있는 아버지를 보고
안도 반 반가움 반에 눈물이 났습니다
밥은 잘 드시는지
병원에는 잘 다니시는지
곁에서 챙겨 드리지도 못하면서
잔소리만 했었는데
건강하시던 아버지가 요즘 많이 아프십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에
오히려 아프지 말라며 날 걱정하시는 아버지
이게 부모인가 봅니다
이게 아버지인가 봅니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음식을 차렸습니다
“네 엄마가 만들었던 것이구나!”
환한 얼굴로 수저를 드시는데
다시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아버지 드시는 상에
어머니 그리움까지 얹어
눈물 밥상이 되었습니다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아버지!
윤보영 시인의 <눈물로 차린 밥상>
홀로 계신 부모님 앞에선 뭐든 두 배가 됩니다.
걱정도, 미안함도, 그리움도, 고마움도.
정작 회한이 많은 건 부모님일 텐데
자식이 걱정할까봐 내색 않는 부모님.
죄송함이 더해진 마음은 무겁기만 한데
해맑게 웃으며 괜찮다는 부모님의 모습에
결국 눈물마저도 두 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