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7 (월) 막차와 첫차
저녁스케치
202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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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발의 차이로 막차를 놓쳤다.
막차가 떠났으면 첫차가 올 것이지만
기다려야 하는 그 막막함은
온전히 놓친 사람의 몫이다.
나는 진작 눈치 챘어야 했다.
그렇게 기다리고 서성이는 시간들로
내 삶은 꽉 채워져 있었다는 것을.
무언가를 위해 기다리는 그동안
해가 뜨고 꽃이 피고 낙엽이 지고 눈이 내려
내 삶은 서서히 바래어졌음을.
잠에 취한 눈 사이로 여명이 비쳐온다.
이제 곧 어둠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첫차의 시동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기지개를 켜며 나는 대견해했다.
오랜 시간 잘 참아온 나를.
툭툭 털고 자리에서 일어서야지.
털리지 않는 무언가도 있겠지만
무시해야 해, 하며 나는
종종걸음으로 대합실 문밖으로 나섰다.
나처럼 새벽 첫차를 타기 위해
몇몇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자, 어서 가자
졸리지만 첫차를 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이정하 시인의 <막차와 첫차>
이미 내 손을 떠난 일을 두고
불안과 불면의 밤을 보내지 말아요.
막차가 떠나면 다음 차가 아닌
새로운 첫차가 오는 걸요.
지금 당장은
암담한 어둠만 보인다 할지라도,
인고의 시간이 지나면
기다렸던 새로운 길이 열릴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