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3 (목) 꽃 한 송이 별 한 묶음
저녁스케치
2022.03.03
조회 605

아파트 옹벽 옆을 지날 때였답니다.
곧 시들어 죽을 듯한 석곡 한 포기,
옹벽 옆 그늘진 응달
깨진 화분 속에 버려져 있었답니다.

저 석곡은
분명 겨울을 나지 못하겠거니
무심코 그곳을 지나쳤었지요.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요.
1월이 가고 3월이 가고 5월이 오자
석곡은 아예 꽃 한 송이를
그윽이 피워놓고 있는 겁니다.

사람의 지레짐작이란 것
얼마나 가볍고 부실하고
부질없는 일인가요.

저 사람은 저러려니
이 사람은 이러려니
얼마나 억측도 많았는가요.

모진 추위를 이겨낸
꽃 한 송이에
부끄러운 날들을 고해합니다.

홍수희 시인의 <꽃 한 송이 별 한 묶음>


우린 종종 경험에 비추어 속단하거나 예단하곤 하죠.
편견을 가지고 누군가를 재단하기도 하고
지레 겁먹고는 안 될 거라며 일찍 포기하고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일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그러니까 일단 시작했다면 끝까지 가보자구요.
모든 것이 끝난 후에 판단해도 늦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