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17 (목) 휘어진다는 것은
저녁스케치
20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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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다
휘어지는 곳에서 휘파람이 된다
휘어지는 모퉁이마다 바글거리는 바람
오래 머물면서 소리로 피지 못한
바람의 상처를 듣는다

새벽빛 휘어져 노을이 되고
저녁 무렵, 휘어져 돌아온 아버지의 그림자
잠자리에서도 펴지지 않던 어머니의 등
휘어진 가로등 밑에 흩어진 꽃다발
늦은 겨울 밤거리를 휘어져 걷는 사람들
휘어진 길에서만 되돌아 보이는
지나온 발자국들

휘어진다는 것은
꺾이지 않고도 절망을 알고
꺾이지 않았기에 탓하지 않고
둥글게 안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구김 없는 수긍이리라

윤석호 시인의 <휘어진다는 것은>


돌아보면 걸어온 삶의 길이
곧게 뻗은 사람은 없을 거예요.
차선을 택해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
그 휘어진 길을 걷는 게 인생이라고,
흔들리며 어른이 되어가는 거라고,
덕분에 더 단단해질 수 있다고 믿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