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2 (토) 비싼 외출
저녁스케치
2022.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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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오랜만에
집사람이
코 먹은 소리로
외출을 권한다.

꿍꿍이속을 훤히 들여다보고도
뜻밖의 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들뜬 기분에 기름을 부어주었다.

S 백화점 5층
아내의 눈에서
번쩍 섬광이 인다.

오래전부터 마음에 두고
기회를 노렸음이 분명하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옷을 골라
흥정을 끝내고
내 눈치에 염치를 끼워 넣는다.

그러면 그렇지.

옷을 사준 대가로 얻어먹은 생선 가시가
목에 걸려 신경에 화를 꽂는다.

이길옥 시인의 <비싼 외출>


봄바람에 마음이 싱숭생숭할 때
우리 바람 좀 쐬러 갈까 묻는 말.

쇼윈도 봄옷에 시선이 머물러 있는 걸 눈치 채곤
당신한테 너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말.

다정한 그 말에 눈물이 핑 돈다는 걸 아세요?
봄엔 먼저 물어봐주세요.

사랑하는 사람이 활짝 핀 꽃 사이에서
초라해지지 않게, 서러워 눈물 흘리지 않게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