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30 (수) 흐린날
저녁스케치
202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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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하늘과 어두컴컴한 실내
이런 날엔 무엇으로 위로를 삼을까
날씨...오늘은 니가 슬픈 날이구나
우리에게 또 다른 세상이 있을까
살면 살수록 더욱 길을 잃어가는 인생
어디다 삶의 고리를 걸어야 할까
살기 위해 또 어딘가에 목멘다
나이가 들면 그 많은 시간 뭘하며 지낼까...
몸을 위해 운동을, 치매 때문에 배움을
즐거움을 위해 여행을, 외로움 때문에 모임을...
그렇게, 누리던 권리가 해야 하는 의미로 바뀌어
주어진 시간을 보내는 것일까
하여 흐린 날도 맑은 날도
생존을 위해 몸을 바삐 움직인다.
젊은 날의 바쁨과는 또 다른 분주함이다
살아야 할 이유보다 살기 위해 쓰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이 나이 듦의 삶이다.

박현숙 시인의 <흐린날>


아프다면서 종일 일을 만들어 하고
괜찮다는데도 먹거리를 싸서 보내는 부모님.
가야할 곳도, 만날 사람은 또 왜 그리 많은지.
앓는 소리가 듣기 싫어 그냥 쉬지
대체 왜 그러냐며 타박하곤 했는데,
그게 바로 생존신호였단 걸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진즉 알았더라면 살갑게 말벗이라도 한 번 더 해드릴 걸.
흐린 날이면 더 아팠을 부모님 생각에 마음이 삐걱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