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21 (목) 잡초를 기른다
저녁스케치
2022.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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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들을 뽑으려고
밀짚모자를 쓰고 나섰다가 그대로 둔다
하나같이 어여쁘지 않은 게 없다

텃밭에 열무를 심어놓으니
비름풀이니 애기똥풀이 더 무성하다

어허라, 저희들도 무슨 뜻이 있으리니
차라리 잡초를 기른다

뒷집 할머니가 혀를 차며
열무를 뽑아다 물김치를 담가와도
나는 멋쩍게 웃으며 잡초를 바라본다

열무 아닌 애기똥풀꽃을 찾아
먼 길 달려온 나비 한 마리 생각한다

이건 맛이 없어, 저건 독초야
뽑아내고 솎아내다 남는 건 무엇인가

잡초는 저희끼리 열렬히 몸을 섞어
제아무리 뽑아내도 다시 자란다

저리도 무성한 풀들이
설사 금지된 사랑이면 또 어떤가

지금껏 잡초라 믿어왔던 생각들도
더 이상 뽑아내지 않는다

이원규 시인의 <잡초를 기른다>


가만히 둬도 무성하게 자라는 잡초처럼
우리의 생각도 그에 못지않게 잘 자라죠.
잡생각들로 머리가 지끈지끈할 땐
그냥 좀 내버려둬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때론 그 안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또 시간이 해결해주는 문제들도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