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18 (월) 인생을 말하라면
저녁스케치
2022.04.18
조회 646
인생을 말하라면 모래 위에
손가락으로 부귀를 쓰는 사람도 있지만
인생을 말하라면 팔을 들어
한 조각 저 구름 뜬 흰 구름을
가리키는 사람도 있지만
인생을 말하라면 눈을 감고
장미 아름다운 가시 끝에
입 맞추는 사람도 있지만
인생을 말하라면 입을 다물고
꽃밭에 꽃송이처럼 웃고만 있는
사람도 있기는 있지만
인생을 말하라면 고개를 수그리고
뺨에 고인 주먹으로 온 세상의 시름을
호올로 다스리는 사람도 있지만
인생을 말하라면 나와 내 입은
두 손을 내밀어 보인다,
하루의 땀을 쥔 나의 손을
이처럼 뜨겁게 펴서 보인다.
이렇게 거칠고 이렇게 씻겼지만
아직도 질기고 아직도 깨끗한 이 손을
물어 마지않는 너에게 펴서 보인다.
김현승 시인의 <인생을 말하라면>
온화한 표정과 부드러운 말투는 인격을,
손은 살아온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죠.
그러니 굳은살에 단단해지고
거칠기만 한 그대의 손,
부끄러워 말아요.
모진 인생 맨손으로
이만큼 일궈낸 그대니까.
지문조차 남아있지 않은 그 손,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