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15 (금) 그리움에 이유가 없다지요
저녁스케치
2022.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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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홀연히 바람결에 전하는 이름 모를
들꽃 향기에
문득, 그리운 사람 있거든
그저 그리워하면 될 테지만
바람결 따라
신발이 헤지도록 저물녘
들판을 헤매어도 닿을 수 없는
이 안타까움
이 서러움은
어찌해야 할까요?
깊은 밤
유난히 빛나는 별 하나
하얗게 흘려 놓은 길 위에
문득, 그리운 얼굴 있거든
그저 그리워하면 될 테지만
기억 속에 하얀 얼굴 어둠을 밝히는
한 줄기 빛처럼
어제보다 더한 그리움으로 찾아드니
이 사무침
이 가슴 저림은 어찌해야 할까요
비우고 비워내도 다시 채워지는
내 안의 끈질긴 목숨
이젠 비울 것도 남지 않은 듯 싶은데
어느새 채워져 있는 지독한 그리움에
때 없이
울어버릴 수밖에 없는 이 애처로움
이 막막함은 어찌해야 할까요?
까만 밤
끝자락 붙잡고 뒤척이며 흐느끼는
나날을 모두 지새고 나면
견딜 수 있는 그리움이 될까요?
견딜 수 있는 그리움은
그리움이 아닌가 봐요
인애란 시인의 <그리움에 이유가 없다지요>
세상 모두가 제 갈길 바삐 가는데
쉴 새 없이 눈부신 꽃들이 피어나는데
마음은 달리 헛헛하기만 할 때가 있지요.
무슨 까닭에 떨어지는 꽃잎에 눈물이 나는지
봄바람에 코끝이 짠해지는지는 알 수 없어요.
다만 견딜 수 없는 이 고통이 그리움이라는 것밖엔.
그래요. 사랑에 이유가 없는데,
그리움에 이유가 있을 리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