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9 (토) 박하사탕
저녁스케치
2022.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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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저녁
밤 열차를 타고 친정을 간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거리
이 핑계 저 핑계 미루고 미루다가
길을 나선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밤바람은
차고도 시리다
종착역이 가까워질수록
봄 햇살처럼 다가오는 얼굴
한 푼이라도 아껴야 산다고
먼 거리 오가는 것도
극구 말리시던 어머니
인생의 뒤안길에서
시간의 빈집에 웅크리고 앉아
어디쯤 오고 있냐고 아이처럼 보채시는
전화기 너머 목소리가
가는 길 내내 옹이처럼 박힌다
멀리 한눈에 들어오는 불빛
동네 어둠 속의 풍경들은
모두가 낯이 익은데
박하사탕 한 봉지에
아이가 되는 당신이
낯설기만 하다
안규례 시인의 <박하사탕>
억척스레 살며 모진 말만 뱉던 어머니.
큰 산이기도 했지만 미울 때도 많았었죠.
그렇게 바쁜 어머니 등만 바라보며 자랐는데,
언제부턴가 나의 등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낯설다가 짠했다가 만감이 교차해 굳어진 표정에
되레 미안하다며 눈치를 보는 어머니.
그런 거 아니라며 퉁명스레 답하고는,
엄마, 다음엔 꼭 내 딸로 태어나
고생일랑 말고 사랑받고 살라며
돌아오는 내내 전하지 못한 진심을 되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