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7 (목) 넘어짐에 대하여
저녁스케치
2022.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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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넘어질 때 마다 꼭 물 위에 넘어진다
나는 일어설 때 마다 꼭 물을 짚고 일어선다
더 이상 검은 물속 깊이 빠지지 않기 위하여
잔잔한 물결 때로는 거친 삼각파도를 짚고 일어선다

나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할 때만 꼭 넘어진다
오히려 넘어지고 있으면 넘어지지 않는다
넘어져도 좋다고 생각하면 넘어지지 않고
천천히 제비꽃이 핀 강둑을 걸어간다

어떤 때는 물을 짚고 일어서다가
그만 물속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아예 물속으로 힘차게 걸어간다
수련이 손을 뻗으면 수련의 손을 잡고
물고기들이 앞장서면 푸른 물고기의 길을 따라간다

아직도 넘어질 일과
일어설 시간이 남아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일으켜 세우기 위해 나를 넘어뜨리고
넘어뜨리기 위해 다시 일으켜 세운다 할지라도

정호승 시인의 <넘어짐에 대하여>


맞아요. 꼭 넘어지고 싶지 않을 때 넘어져요.
조금만 이 행복이 계속 됐으면 할 때 시련이 오고
그냥 포기하고 싶을 때 길이 보이고.
그렇게 인생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죠.
그럴 땐 물 위에 넘어졌다고 생각해봐야겠어요.
오히려 깊이 물속으로 들어가 바닥을 찍고 나면
다시 올라올 일만 있을 테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