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12 (목) 어떤 버스
저녁스케치
2022.05.12
조회 566
내 사는 곳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
정차하는 버스 중에
가장 반가운 버스 하나
종점부터 꽉 찬 자리
서서 가도 괜찮다
수십 년 넘나들며
살았던 한강다리
애환이 깃든 잠실대교까지
잠깐이면 데려다 주니
고마워
아무 일 없이 지나가다
눈에 띄어도
잘 아는 사람처럼
눈이 가고 마음이 간다
백원기 시인의 <어떤 버스>
몸이 천근만근인 퇴근길.
버스에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가다보면
그 창밖 풍경이 위로가 되는 날이 있어요.
녹음이 우거진 도시의 시원한 풍경
점점 더 붉게 물드는 늦봄의 노을
지친 사람들의 머리 위로 떠오르는 달
먹먹함과 벅차오름이 공존하는 도시의 야경까지.
그래서 퇴근길 버스가 참 좋습니다.
삶의 애환이 별이 되어 빛나는 풍경을 볼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