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9 (월) 화양연화
저녁스케치
202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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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였을까
갓 꺾인 꽃무리로 나에게 안긴
한 아름의 꽃
아침을 여는 새들과 저녁 바람이 깃든
봄의 사절단이었지만
지금은 사막처럼 갈라진 마른 꽃

나도 한때는 바구니 하나에
세상 봄 다 담긴
그런 봄을
코웃음 치며 받았었지

누구나 지나가는 봄을
붉은 가시 벽과 도도한 줄기를 키워 가며
바구니에 담았던 그런 봄
화등잔 눈빛으로 받은 한 바구니의
옛 봄

꺾인 봄에서도
다시 꽃 피고 또 시들어 간다
어떤 마음으로 봄을 대신할지
이제 남은 봄은 몇 개나 될지

꽃바구니와 봄은 비례할까
버려진 꽃바구니들은
다시 여름의 의미로 시든다.

김화연 시인의 <화양연화>


꽃보다 더 꽃다웠던 시절엔
봄이 선물하는 꽃을 봐도 시큰둥했었죠.

이젠 시간이 우릴 기다려주지 않는단 걸 알고,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단 것도 알지만,

그래도 해마다 피어나는 봄꽃과 함께
꽃 같았던 그 시절로 돌아갑니다.

젊음이 곧 아름다움은 아니니까.

인생을 즐기는 그 순간부터
우리 인생의 화양연화가 시작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