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5 (목) 아빠의 기도
저녁스케치
2022.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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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여, 나의 아이들을 지켜주소서
내 손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들을
그의 몫으로 남겨두지 마시고
당신이 그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주소서
그가 홀로 쓸쓸해하며
들판의 돌과 바람을 벗하며
놀고 있을 때, 신이여
당신의 바쁜 일이 많을지라도
그의 외로움을 돌아보시고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걸
믿게 해주소서
먼 옛날
내가 길을 가다 넘어졌을 때
당신이 손 내밀어 일으켜 주신 것처럼
내 흙장난에 지치고 졸음에 겨워
엄마를 기다릴 때, 당신은
나를 업고 달래며 재워 주셨지요
어쩌면 나의 아이들이
당신을 알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들을 향해 등 돌리지 마시고
그들의 투정마저도 나의 어린 시절처럼
안아 주소서
당신이 아니면 내 아이들은
언제나 한쪽 담 모퉁이에서 울고 있을 겁니다
서정윤 시인의 <아빠의 기도>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학교생활은 어떤지,
맘 터놓을 친구는 있는지, 요즘 관심사는 뭔지.
아빠는 알고 싶은 게 많지만 묻지 않습니다.
그저 기댈 곳이 필요한 어느 날
아이 곁을 지켜주기 위해
가만히 등 뒤에 서있을 뿐이죠.
그래서 아빠는 기도합니다. 아이가 부디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울고 있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