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25 (토) 꽃마리 꽃
저녁스케치
202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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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다는
냉이꽃보다 더 작은
길가 아무 곳에서나 혼자 피는
큰 꽃은 엄두도 못 내는
눈곱만한 꽃
허리 굽혀
작은 세상 보는 마음으로
들여다보면
있을 건 다 있고
나무랄 데 없는
다 갖춘 엄연한 꽃
작다고
꽃이 아닌 것도
예쁨이 없는 것도
삶이 아닌 것도 아니다
사는 방식이 다를 뿐
작은 꽃으로
세상을 넓게 보며 살아가는
누가 보지 않아도
속상해할 줄 모르는 당찬 꽃
조남명 시인의 <꽃마리 꽃>
스스로가 티끌처럼 작게 느껴진다고 해도,
구석진 곳에 핀 이름 모를 꽃처럼 느껴진다 해도,
고개 숙이지 말아요. 당당하게 어깨를 펴요.
낮은 자리에 핀 꽃이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작게 핀 꽃이 더불어 사는 법을 아는걸요.
그리고 아무 데서나 자란다 해도,
아무리 작아도 꽃은 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