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30 (목) 모퉁이
저녁스케치
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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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최애 책 <빨강 머리 앤> 끝부분에서
앤은 말해

‘그리고 길에는 언제나 모퉁이가 있다’고

그 말 얼추 맞더라
십칠 년 내 삶의 길에는
오류 한 점 없이 모퉁이가 있더라
모퉁이를 꺾어 돌면
툭하면 루빈의 꽃병과 마주치게 되더라

그래도 저 멀리 모퉁이가 보인다는 건
뭔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

탄탄대로는 매력 없어
숱한 선택들로 점철된 길을 걷고 걷고 또 걷고
나는 그 보폭만큼 진화해

정연철 시인의 <모퉁이>


가장 반가운 모퉁이는 집 앞 모퉁이입니다.
마음의 안식처로 향하는 길이기 때문이죠.

가장 기대되는 모퉁이는 인생의 모퉁이입니다.
새로 시작할 기회가 눈앞에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오지 않았으면 하는 모퉁이가 있습니다.
바로 시간의 모퉁이.

다음이란 시간의 모퉁이에 가까워질수록
아쉬움은 더 세게 발목을 붙들고는 도통 놔주질 않죠.

그럼에도 힘을 내
또 한 번 시간의 모퉁이를 돌아봅니다.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는 다짐과,
더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믿음으로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