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7 (월) 하루
저녁스케치
202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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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모퉁이에 반쯤 접힌 하루를 줍는다.
반절 짜리 하루를 주머니에 욱여넣고
가는 내내 주머니 속의 습득물을 주물럭거린다.
누군가 이 하루를 잃고 속절없이 애만 태우고 있을까.
동동거리는 발걸음이 내 것 같지 않다.
내가 머물던 곳이 한낮의 짧은 그림자 속이었나.
결국 분실물 센터로 발을 옮긴다.
주물럭거린 탓에 아직 온기가 있는 접힌 하루가 번호를 달고
선반에 놓인다.
나의 남은 하루는 꾸역꾸역 뒤로 물러날 테지.
저 접힌 하루는 주인을 만나기 전까지 멈춰있으리.
흐르는 건 내 것뿐인가.
빠르게 넘겨지는 페이지처럼 나 또한 빠르게 소모되는가.
멈춤을 배우지 못한 나의 하루가 속절없이 지고 있다.
정미경 시인의 <하루>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힘겨운 시간은 더디게만 가고,
조금 더 머물렀으면 하는
행복한 시간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마음이 시간의 법칙을 거스르는 건지,
아니면 시간이 나만 미워하는 건지.
혹여 그 혼란 속에서 시간을 놓치지는 않을까,
남은 하루를 위해 다시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