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2 (수) 혼자의 넓이
저녁스케치
202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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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면
나무가 자기 그늘로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종일 반원을 그리듯이
혼자도 자기 넓이를 가늠하곤 한다
해 질 무렵이면 나무가 제 그늘을
낮게 깔려오는 어둠의 맨 앞에 갖다 놓듯이
그리하여 밤새 어둠과 하나가 되듯이
우리 혼자도 서편 하늘이 붉어질 때면
누군가의 안쪽으로 스며들고 싶어한다
너무 어두우면 어둠이 집을 찾지 못할까 싶어
밤새도록 외등을 켜놓기도 한다
어떤 날은 어둠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유리창을 열고 달빛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그러다가 혼자는 자기 영토를 벗어나기도 한다
혼자가 혼자를 잃어버린 가설무대 같은 밤이 지나면
우리 혼자는 밖으로 나가 어둠의 가장자리에서
제 그림자를 찾아오는 키 큰 나무를 바라보곤 한다

이문재 시인의 <혼자의 넓이>

세상 혼자인 것 같은 날이 있지요.
무엇으로도 마음이 달래지지 않는 날,
유난히 그림자가 외로워 보이는 날,
삶의 무게에 걸을 힘조차 없는 날.
혼자만의 넓이가 한 뼘 더 커진 것 같은,
그만큼 마음도 넓어졌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그런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