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14 (수) 바람이 좋은 저녁
저녁스케치
202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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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을 읽는 동안
새들은 하늘을 날아다니고
바람은 내 어깨 위에
자그만 그물침대 하나를 매답니다.
마침
내 곁을 지나가는 시간들이라면
누구든지 그 침대에서
푹 쉬어갈 수 있지요.
그중에 어린 시간 하나는
나와 함께 책을 읽다가
성급한 마음에 나보다도 먼저
책장을 넘기기도 하지요.
그럴 때 나는
잠시 허공을 바라보다
바람이 좋은 저녁이군, 라고 말합니다.
어떤 어린 시간 하나가
내 어깨 위에서
깔깔대고 웃다가 눈물 한 방울
툭 떨구는 줄도 모르고.
곽재규 시인의 <바람이 좋은 저녁>
아까시꽃 향기에 근심이 흩어지고
여린 잎들이 하늘하늘 왈츠를 추는 저녁,
달빛 별빛 사이로 내리는 이팝나무 꽃눈 위로
그리움이란 발자욱을 남기며 걷는 저녁,
산들산들 부는 바람이 참 좋은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