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사귀 그늘 아래 작은 꽃망울
누가 보아주길 바란 것도 아닌데
부끄러워 살짝 더 숨어들고
스스로 달아오른 연분홍 두 뺨
연둣빛 그늘 아래
분홍 꿈을 가만히 피워냅니다
꽃잎 하나하나에 담은 것은
겨울 내내 품어온
따스한 다짐이었겠지요
가을날의 노란 향기를 위해
꽃은 이렇게나 맑고 고운 얼굴로
봄의 길목을 먼저 마중하나 봅니다
화려하게 뽐내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메마른 마음엔 이미
꽃향기가 일렁이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계절도
이 꽃처럼 부드럽게 피어나기를
류장곤 시인의 <모과꽃>
울퉁불퉁 못난 모과의 꽃이 얼마나 예쁜지
사람들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모과나무는 누가 뭐라던 말던
때가 되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그 향기로 인정받지요.
우리도 그렇게 흔들림 없이 가만히
그리고 천천히, 삶을 피워내기로 해요.
계절이 거듭될수록 짙어지는 삶의 향기가
우릴 증명해 줄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