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11 (목) 편지
저녁스케치
2025.09.11
조회 182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다
그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김남조 시인의 <편지>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다
결국 이름조차 쓰지 못한 편지가 있습니다.

절절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고도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도 있지요.

사라질까 봐... 빛이 바랠까 봐...
고이 간직했던 마음들.

이미 늦어버린 걸 알지만, 혹여 전해질까...
스치는 바람에 안부를 실어 보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