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26 (화) 스친다는 것
저녁스케치
202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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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사 온 시집을 넘기다가
종잇날에 손가락을 베었다
살짝 스친 것도 상처가 되어
물기가 스밀 때마다 쓰리고 아프다

가끔은
저 종잇날 같이 얇은 에도
마음 베이는 날
그 하루, 온통 붉은 빗물이 흐른다

종잇날이 스치고 지나간 흔적처럼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모두 상처다
나와의 만남도 상처며
나와의 헤어짐도 상처다

무딘 날에 손 베인 적 있던가
무덤덤함에 마음 다친 적 있던가

얇은 것은 상처를 품는다
스친다는 것은 상처를 심는 거다

박선희 시인의 <스친다는 것>

이별 후엔 사랑하는 법을,
인연이 스쳐 갈 때마다 신의를,
스치는 숱한 아픔에서 인생을 배우는 우리.
그렇게 가슴에 새겨진 상흔을 지워가며
조금씩 조금씩 성숙해지고 있을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