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25 (월) 제자리
저녁스케치
202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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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急流)
돌멩이 하나 버티고 있다.
떼밀리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며
안간힘 쓰며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꽃잎처럼
풀잎처럼
흐르는 물에 맡기면 그만일 텐데
어인 일로 굳이 생고집을 부리는지.
하늘의 흰 구름 우러러보기가
가장 좋은 자리라서 그런다 한다.
이제 보니 계곡의 그 수많은 자갈들도
각각 제 놓일 자리에 놓여있구나. 그러므로
일개 돌멩이라도
함부로 옮길 일이 아니다.
뒤집을 일도 아니다.

오세영 시인의 <제자리>

늘 제자리걸음인 것 같을 때면 이게 아닌데,
이 자리가 내 자리가 맞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곤 하죠.

그런데 맞아요.
열심히 노력해 역경을 딛고 지켜낸 자리인걸요.

물론 세월에 깎여서 조금 작아지고 모습도 달라졌겠죠.
하지만 마음은 더 둥글고 넉넉해졌을 거예요.

그러니 지금의 모습, 이 자리,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좀 더 자랑스러워하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