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23 (수) 어머니의 여름
저녁스케치
20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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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의 상추가 웃자라 꽃이 피었다
한여름 더위에 물색없이 내질렀다
함께 자란 무성한 잡초 내치며
, ,
끊어 냈다 아직도 싱싱하다
보드라운 잎들의 생명력이 손에서 생생하다
거둘 이 없는 텃밭에 잡초가 저를 덮기 전에
꽃 한번 피워 본 거다
손에서 움찔거리던 촉감이 뱃속에 아릿하다
몸빼 바지와 가슬한 모슬린의 블라우스에
호박 강낭콩 가지 깻잎 흐드러지던 안마당에
구구거리던 닭들의 오종종하던 뒷걸음을
가꾸던 어머니가 화면처럼 웃는다

가끔 가는 공방의 텃밭에 자라던 상추를
끊어오다 여름의 한 꼭지를 잘랐다
노란 햇살 사이로 붉은 여름이 지나가고
오종종 뒤뚱거리던 닭들을 헤집고
어머니의 소쿠리엔 여름이 가득하다
푸른 기억 속의 어머니는 고우시다

김비주 시인의 <어머니의 여름>

서 있는 것조차 힘든 삼복더위에도
푹푹 찌는 부엌과 텃밭을 오가며
밥상 위에 한가득 행복을 꽃피우던 엄마.
송골송골 땀방울로 일궈낸 엄마의 여름은
행복이 톡톡, 아삭아삭 싱그러운 맛이 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