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24 (목) 옹이
저녁스케치
202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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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다는 것은
걷다가 문득문득 발걸음
멈추게 하고 미소 짓게 하고
다시 걷게 한다

그전에는 생각한다는 것이
혼자이고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나만의 세상

잡지도 못하고
지울 수도 없는
오랜 바람의 흔적
주머니 속에 꼬깃꼬깃 움켜 둔
빛바랜 쪽지 같은 생각의 세계

무엇 하나 넣을 수 없는 촘촘한 틈
진한 갈색 커피 같은 흔적은
아무런 향도 없이
뼛속 깊숙이 그런
냉정의 흔적

그러나,
문득문득 발길을 멈추게 했던
깊고 진한 옹이 같은 미소
가슴속에 심은
옹이

유영수 시인의 <옹이>

나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한 흔적인 옹이.
하지만 우리에겐 그저 수려한 무늬로만 보이지요.
그러니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불운에 무너지지 말아요.
시련을 딛고 일어설 때마다 새겨진 마음의 옹이 덕분에
우리 삶은 더 단단하고 아름다워지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