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23 (수) 민들레에게
저녁스케치
2025.04.23
조회 138


지나가던 햇볕 한 줌이 스며드는
낡은 담벼락 아래 흙을 딛고
바를 정자처럼 사는 너의
끈질긴 목숨에 경의를 표한다.

세상에서 가장 낮고 구석진 곳
마 씨 할머니의 구부정한 허리를
안간힘 쓰며 떠받치는 지팡이 끝에
몇 번을 찍혀 피도 흘렸지

사랑으로 견디며
슬프지만 아슬아슬 버티고 서서
작은 홀씨로 날아올라
저 산 너머 들녘까지 가리라

누군가 생각 없이 흘깃 스치는
그 무심한 눈길에도 감동하며
눈물 한 방울 꿀꺽 삼키는 너는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며 응원한다.

주선옥 시인의 <민들레에게>

보이지 않는 구석진 그늘에서도
언제 밟힐지 모르는 보도블록 사이에도
뜨거운 아스팔트 틈새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아 씨앗을 날리는 민들레처럼
누가 알아주지 않고 보아주지 않아도
온 힘을 다해 이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 그대.
있는 힘껏 최선을 다했을
그대의 하루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