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이기고
강영성
2003.08.21
조회 157
간암 이겨내고 목사된 강영성씨 암환자들에게 매일 e-메일 "환자에 최고의 선물은 사랑입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있는 한 오피스텔 사무실. 강영성(42) 목사가 24시간 머무는 곳인데 여덟평 남짓한 공간 한쪽에 컴퓨터가 놓여있다. 그가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통로다. . 강목사는 요즘 매일 새벽 암환자와 그의 가족·친구들에게 e-메일을 보낸다. ‘예수님이 띄우는 사랑의 편지(www.iloveletter.org) 사이트를 개설하고 회원들에게 사랑의 말을 전하고 있다. . 시작 한달여만에 회원 수가 1천명에 다가섰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이런 문구가 띈다. “아파본 자만이 알 수 있습니다. 통증 올 때 전화주십시오. 기도하며 고통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 게시판에는 투병 환자를 위해 기도를 요청하거나, 암을 이기는 지혜로운 식사법을 소개하는 등 다양한 사연이 올라있다. 암이란 천형에 걸린 사람과 그들의 이웃이 서로 치유를 빌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것이다. . 강목사가 자신있게 말했다. "솔직히 암에 걸리면 산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환자에게 최고의 선물은 사랑입니다. 그 사랑이 하나하나 모이면 엄청난 힘이 돼요. 치유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거죠. 그런 확신만이 희망을 키우는 것 아닐까요." . 그도 간암 말기 환자였다. 대기업 엘리트 사원이었던 그는 1996년 어느날 갑자기 간암을 통보받았다. . 삶을 포기할 생각도 했다. 조용하게 죽자는 생각에서 산속 오두막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때 지인이 건네준 편지 한통, "암이란 고통에는 뜻이 있습니다. 그 뜻을 발견하시고 승리하세요"란 말에 힘을 얻은 그는 2년간 투병하며 극적으로 완쾌됐다. 그리고 신학교에 들어가 사목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 "목회를 하면서도 암병동을 자주 찾았습니다. 그런데 뭔가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교회를 접고 1년간 이 일을 준비했습니다.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거든요. 시간이 바쁜 목사들이 암환자를 위로하는 건 형식적.기계적으로 흐르기 쉽잖아요." . 그는 1천만원을 모아 사이트를 열었다. 만인이 연결된 인터넷을 희망의 디딤돌로 삼은 것이다. 또 일주일에 두 번 잠시 집에 다녀오는 것을 빼곤 오피스텔에 대기하며 전화 상담(***-****-****)을 한다. 한밤중에도 전화벨이 울리곤 한다. . "내일 하나님이 저를 데려가도 불만이 없습니다. 두 번 사는 삶이니까요. 그런데 제가 암을 이겨냈다는 게 많은 사람에게 용기를 줍니다. 저로선 축복받은 일이죠." . 목표는 회원수 10만명이다. 고통을 함께 나눌 사람이 늘면 늘수록 환자의 희망도 커진다는 믿음에서다. 교파.종교의 구분도 없다. 그는 자리 때문에 기독교가 계속 갈리는 게 싫어 초종파적 캠페인으로 벌여나가겠다고 했다. . "암병동에 가면 죽을 사람과 살 사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희망이 있는 얼굴과 없는 얼굴이 금방 드러나죠. 제가 그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죠." 1일자 편지에선 "방향을 잃었을 때 북극성을 보듯이 기본으로 돌아가면 길이 보인다"는 글이 소개됐다. .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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