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인 줄 알았습니다
'새롭게 하소서'를 볼 때마다 마음 한편이 부러웠습니다.
하나님을 극적으로 만난 사람들, 삶이 한순간에 뒤바뀐 사람들의 간증을 들으며 "나도 언젠가 저런 간증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포기하곤 했습니다. 내 삶에는 그렇게 드라마 같은 반전이 없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질문이 마음에 떠올랐습니다.
'내 삶에 개입하신 분은 정말 하나님이셨을까, 아니면 모두 우연이었을까.'
저는 지리산 아래 깊은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교회는 알지 못했습니다. 마을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굿을 했고, 우리 집은 절에 가서 등을 달고 제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집안이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질문을 품기 시작하면서 친구의 권유로 성당에 다녔지만, 무신론자인 남편과 결혼한 뒤 종교생활도 자연스럽게 끝났습니다.
세상적인 성공을 목표로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학기 초가 되면 학생들의 가정조사서를 살펴보곤 했습니다. 종교란에 '기독교'라고 적혀 있는 아이를 만나면 장난처럼 말했습니다.
"선생님을 위해 기도해 줄래?"
그때는 그 말에 아무 의미도 두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을 믿지도 않았고, 그저 가볍게 던진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하나님을 모르던 제가 믿는 아이들에게 기도를 부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가 근무하던 학교는 기독교 재단이 운영하는 학교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 일이 아이들의 기도 때문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하나님께서 오래전부터 여러 사람의 기도를 통해 저를 부르고 계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직장에서 억울한 일을 겪었고, 재단 이사장님께 제 사정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분은 제 이야기를 들어 주셨고, 그 일을 계기로 그분이 섬기던 교회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믿어서 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관리자가 되고 싶은 욕심이 더 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표기도를 맡게 되었습니다. 미리 원고를 써서 읽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설명할 수 없는 눈물이 터졌습니다. 저도 놀랐고, 함께 예배드리던 분들도 함께 울었습니다.
예배를 마친 뒤 누군가 제게 말했습니다.
"성령께서 임하셨네요."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몇 년 뒤 형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죽음이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그 사건은 제 삶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더 늦기 전에 하나님을 알아야겠다.'
그 마음 하나로 직장을 내려놓고 교회를 찾았습니다.
신학을 배우고 싶었지만, 목사님은 먼저 하나님을 만나라고 하셨습니다.
그때부터 새벽기도와 예배, 제자훈련, 성경공부를 하며 교회를 직장 다니듯 성실하게 다녔습니다.
처음에는 하나님이 정말 살아 계신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제 안에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죄를 알게 되었고, 십자가와 부활이 지식이 아니라 생명의 진리로 다가왔습니다.
기도도 시작했습니다.
딸의 앞길을 위해 기도했고, 하나님은 제가 상상하지 못했던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지금도 딸은 교회에 다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일을 앞두면 먼저 기도합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며 하나님께서 이미 딸의 마음에도 조용히 일하고 계신다는 소망을 품고 있습니다.
또 다섯 남매가 하나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아직 모두가 하나님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께서 당신의 때에 가족을 부르실 것을 믿으며 지금도 기도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위해서도 기도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몸이 아프시다고 하셔서 아픈 부위에 손을 얹고 기도해 드렸습니다. 아버지는 통증이 사라졌다며 신기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아침마다 불경을 외우십니다. 예전 같았으면 조급했을 것입니다. 이제는 하나님께서 저를 오래 기다려 주셨던 것처럼, 저도 아버지를 하나님의 때까지 기다리려고 합니다.
돌이켜 보면 가장 큰 응답은 환경보다 저 자신이었습니다.
예전보다 화를 덜 내게 되었고, 사람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감사가 생겼고, 이유 없이 찾아오던 허무가 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은 제 환경보다 제 성품을 먼저 다루고 계셨습니다.
어느 날 딸과 남편의 말 한마디가 제 완고한 자아를 깨뜨렸습니다.
그 아픔을 바라보며 「맨발」이라는 시를 썼습니다.
'말씀 앞에 맨발.'
그 한 줄이 지금의 저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제게 글을 쓰는 마음도 주셨습니다.
지금은 시와 수필을 쓰고 있습니다. 수필집은 한 권 출간했지만, 시집은 아직 없습니다. 자비로 출판할 수도 있지만, 저는 하나님께서 가장 좋은 때와 가장 좋은 방법으로 길을 열어 주시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도 대산창작기금과 김수영문학상 등에 작품을 응모하며 시를 쓰고 있습니다. 결과보다 하나님께서 저를 빚어 가시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예전에 한복모델 경연대회에 부산 대표로 참가해 서울 무대에 선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한복을 입을 때마다 하나님께서 제 삶에 허락하신 아름다움과 은혜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제는 압니다.
하나님은 제게 한순간의 기적보다, 오랜 시간을 통해 한 사람을 빚어 가시는 은혜를 허락하셨다는 것을.
그래서 제 간증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지금도 하나님 손에서 빚어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극적인 간증이 없어 부러워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하나님의 가장 큰 기적은 제 삶을 하루아침에 바꾸신 것이 아니라, 저를 조금씩 예수님을 닮은 사람으로 빚어 오신 것이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저처럼 '내 삶에는 간증이 없다'고 생각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소망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뒤돌아보면,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길 위에 하나님께서 함께 걸어오셨음을 더 분명히 고백하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우연일까요
나비물
202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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