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색깔의 지붕과
갖가지의 모습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배경이 되어주는
세상의 수많은 집들 가운데
누군가는 그 배경에서 소외되어
지하철역과 터미널을 배회하고 있는 이 세상.
하여 당신이 와서 하룻밤 유하실 수 있는
변변한 방 한 칸 내어드리지 못하여
긍휼의 마음만 안겨드리는 이 세상.
가난한 자들이 가난의 독을 품고 사는 세상.
주여, 가엾이 여겨 주소서.
매일 하늘을 향해 아파트가 올라갈수록
땅에서 버림받은 자들은
하늘 한 평도 나의 것으로 삼지 못하는 이 세상.
같은 하늘을 바라보아도
진한 감동으로 바라볼 수 있는 부유한 자와
눈에 가득한 눈물로 별 하나 또렷이 보지 못하는 가난한 자와
그 간극에서 발버둥치는 자들이 서로 엉키어
작품이 아닌 의미 없는 낙서만 남기고 떠나가는 실낙원의 세상.
주여, 가엾이 여겨 주소서.
태어날 때부터
세상을 맴돌며 생명을 불어넣는 신선한 산소와
항상 촉촉함으로 삶을 더욱더 부드럽게 하는 수분과
추위와 천적으로부터 몸을 지켜주는
든든한 집을 가진 달팽이를 바라봅니다.
작은 미물의 생의 모습에서
한 세상 살아감에 있어서
필요한 최소한의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그저 달팽이가 부럽기만 한 우리들의 삶을
주여, 가엾이 여겨 주소서.
오늘도 필요한 최소한의 것을 얻기 위해
꿈을 꾸며 계획을 세우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를 허락할 수 있는 날이 오도록
주여, 당신의 뜻 이루어 주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새아침의 기도
달팽이가 되고픈 사람들을 위한 기도 (8/5,일)
2007.08.06